요 근래에 잠을 설치고 일찍 일어나면 손에 잡는게 i-PAD다.
이글 또한 아고라에서 가져온 글임을 밝히며 글을 읽고 나서 남에게 설명해주지는 못하지만 내 자신이 글 내용을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다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경제관련에 관심을 두고 익혔음에 뿌듯하다.
최효종의 멘트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힌 마테효과와 파레토 법칙, 롱테일 경제학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휩쓴 이후 빈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오죽하면 세상이 1%의 부자와 99%의 가난한 사람으로 나뉘었다는 말들이 전세계를 회자하겠습니까? 일개 개그맨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된 부의 양극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테효과와 파레토의 법칙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우스 이론에 근거한 통계가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밝힌 『블랙스완』의 저자, 탈레브와 그가 극찬했던 프랙털 이론의 창시자 만델브로트, 『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탈레브의 『블랙스완』을 보겠습니다. “확률과 수학의 관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실 세계의 근소한 수리적 변화는 정규분포곡선으로 대표되는 완만한 무작위성으로 추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가증식하고 거친 무작위성으로 추정된다. 수식화될 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가우스 정규분포곡선이 아니라 만델브로적인 것이다.” 금융위기를 예언해 유명세를 탄 『블랙스완』의 저자 탈레브는 가우스 정규분포곡선에 따라 통계를 작성하는 것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하는지 2008년 발 금융시장 대붕괴을 통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선형방식을 따르는 기존의 통계수치는 현실의 변수들을 모두 다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확인 편향의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쪽의 의견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우스 정규분포곡선(위가 홀쭉하고 밑이 넓은 종 모양의 곡선)에 의거한 통계자료에 매달린 주류 경제학자들은 2008년의 금융시장 대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고, 부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탈레브는 또한 부의 양극화를 설명하기 위해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마태효과를 얘기했습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이는 마태복음 13장 12절에 나오는 내용인데,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될 것이며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질 것이라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한 일종의 우화입니다. 낮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했던 예수의 말을 도용해 부의 양극화를 어쩔 수 없는 경제현상이라고 치부해 버린 주류 경제학자들의 뻔뻔함에 분노를 금치 못합니다.
이번에는 부의 양극화를 최초로 밝혀낸 파레토의 법칙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였던 파레토는 빈부격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몇 세기에 걸쳐 국가들의 부와 소득에 대한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만델브로브는 『프랙털 이론과 금융시장』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했습니다. “그는 한 축에는 소득 수준을, 그리고 다른 축에는 그 소득 기준을 가진 사람 수를 표시해 놓고 그래프용지 위에 데이터 차트를 그리자 거의 모든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동일한 그림이 그려졌다. 사회는 빈자 대비 부자의 비율이 한 계급에서 다른 계급으로 완만히 기울어지는 <사회적 피라미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바닥은 매우 두껍고, 부자 엘리트들이 속해 있는 위는 매우 얇은 <사회적 화살>에 더 가까웠다.” 방대한 자료를 통해 파레토는 소득 분포가 가우스의 정규분포곡선(종형곡선)을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세상의 부의 대부분을 소수의 부자가 갖고 있다는 사실이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화 된 것입니다. 그가 발견한 법칙에 따르면 억만장자가 억대의 돈을 버는 확률이 가난한 사람이 만원을 버는 확률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20 : 80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소득불평등이 더욱 커지면 1 : 99 사회도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 2008년 금융위기가 가져다 준 교훈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파레토에 의해 마태효과가 여지없이 증명된 것이지요.
이번에는 80대 20법칙을 넘어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롱테일 경제학』의 도움을 받아 보시죠. 이 책의 저자 크리스 엔더슨은 미국의 속담을 인용하며 “만일 단 몇 명만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들을 갑부가 되게 하라”고 말했습니다. 단 몇 명이 갑부가 된다한들 전세계의 부를 모두 독식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주류 경제 시장의 규모보다 그것에서 잘려나간 꼬리 시장의 규모가 더 커지면 부의 양극화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소수에게 소득이 집중되는 부의 양극화는 『롱테일 경제학』의 주장도 무효로 만들고 있습니다. 전세계의 부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중산층의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고 하층민과 극빈층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간 수명의 연장은 종의 차원에서는 축복일지 모르지만 정치경제적인 면에서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고령화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 개그맨의 얘기조차 우스게 소리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지요.
고령화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출산율이 세계에서 최저로 떨어진 대한민국에서는 2030세대 사이에서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겠습니까?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중산층이 무너져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하층민은 극빈층으로 떨어진 2008년 이후에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빨라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제국인 다보스 포럼에서 전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초국적 기업의 총수들이 공공연히 자본주의 실패를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맙시다”라는 개그 콘서트의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해진 이 밤에 답답한 마음으로 더욱 답답한 글을 올립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히로인인 비비안리는 “내일에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부의 양극화가 우리의 숨통을 조여 오는 오늘에는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도 믿기 어려울 판입니다. 그래서 고인이 된 김근태 의원의 마지막 말이 시대의 정신인 것입니다.
“2012년을 점령하라!”
늙은도령